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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여행/베트남

호이안(Hoi An) 올드타운 - 코로나 이후의 첫 여행

여행의 '목적'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이 다르듯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저마다 다를 텐데, 나에게는 ‘사진’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단편적인 이미지로 그곳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어주고 여행이 끝난 후에는 지난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여행의 본질이자 내 삶의 원동력인 셈.
마침, 코로나로 막혀있던 비행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다시 한번 나의본질' 찾아 여행길을 나섰다.

코로나 이후,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베트남의 호이안. 도시를 선택한 이유 역시 마음을 사로잡은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노란 색감의 빈티지한 건물들이 들어선 고풍스러운 골목길의 풍경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위로 화려한 등불을 띄운 호이안의 야경 사진 때문이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다낭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주로 머무는 미케비치 주변 리조트 단지에서 택시로  30 정도. 때문에 다낭을 찾는 여행객들의 일정에  포함되는 지역이다.

호이안 관광은 올드타운으로 귀결된다. 구도심 중심을 가로지르는 투본강 주변으로 식당과 펍이 늘어져 있다. 노란 벽과 빨간 지붕으로 대표되는 호이안의 현재 모습은 15세기부터 이곳을 찾은 중국,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  외지의 상인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호이안의 독특한 구시가지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9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호이안은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도시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도심의 정취를 느낄 있는 낮과 형형색색의 등불과 북적한 인파로 가득한 . 도시에서 서로 다른 매력을 모두 경험해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즈넉한 매력의 호이안의

이번 호이안 일정은 당일치기 여행이었기 때문에, 오전 일찍 길을 나섰다. 그래서였을까? 거리는 생각보다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올드타운에는 밀집을 엮어서 만든 고깔 모양의 베트남 전통모자(Nón lá)' 원피스 형태의 화려한 전통의상아오자이(áo dài)’ 입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오래되고 멋스러운 골목의 풍경과 제법 조화를 이뤘다.

 

전통 안에 일상이 스며들어, 더욱 특별한 풍경이 된다

베트남의 여름은 생각보다 더웠고, 무더운 날씨를 피해 골목에서 눈에 띄는 카페를 들렀다. 베트남의 명물인 코코넛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고 있었는데,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위층의 테라스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을 따라 테라스로 올라가자 올드타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과 마주했다.

노란 목조 건물과 빨간 지붕, 초록빛으로 우거진 나무와 형형색색 등불이 도시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구도심의 건물은 대개 3층을 넘기지 않아 시야에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오래된 건물에는 현대적인 식당과 기념품 가게, 카페들이 들어섰음에도 도시의 미관을 해치지 않았다.

이런 풍경들이 몇 세기 동안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베트남 화페, 2만 동 속 그곳

카페를 나와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는 사진을 찍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곳은 구시가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 하나인 일본풍 다리내원교 1590년대 일본 상인들이 건립했다고 한다. 베트남 화폐인 2 동에도 등장하는 베트남의 상징적인 장소로 다리 중간에는 바다와 바람의 신을 위한 작은 사원이 있다.

올드타운의 정취를 느끼며 이곳저곳 없이 돌아다니자 어느덧 시간은 무렵이 되었다. 강변을 따라 걷자 등불을 준비하고 있는 뱃사공들이 보였다. 그들은 각자의 배에서 등불을 만지며 호이안의 화려한 밤을 준비하고 있었다.

 

화려한 등불로 수놓은 호이안의

해질 무렵, 무더운 날씨가 슬슬 사그라지기 시작하면 호이안 풍경의 하이라이트인 등불 띄우기의 서막이 열린다. 이때가 되면 투본강 주변으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거리는 인파로 가득해진다.

형형색색의 등에 불을 밝히자 잔잔한 강물 위로 불빛이 요동친다. 배를 타지 않아도 다리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다.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자 고즈넉한 올드타운은 낮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색채의 도시로 변한다. 어둠이 내린 투본강에서 바라보는 호이안 야경은 낭만을 더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화려한 밤의 축제를 뒤로한 호이안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분주한 사람들을 피해 가며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올드타운을 벗어나자 차와 오토바이로 가득한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왔다. 개의 골목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나눠진 것만 같았다.

온종일 호이안을 걸으며 서로 다른 낮과 밤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았다. 언제가 호이안을 다시 찾게 된다면, 며칠이고 이곳에서 머물면서 고즈넉한 낮과 화려한 밤을 또다시 느껴보고 싶다.

그전까지는 이번 여행에서 찍어온 사진들로 아쉬움을달래 봐야겠다.

 

- 여행앱 '트리플'에서 발행하는 트리플레터에 기고한 여행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