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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여행/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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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묘 - 흑백필름으로 그리다 흑백이 주는 세련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빛과 그림자가 각자의 영역을 넘어서지 않은 채 하나의 존재로 이어진다. 특히 흑백필름은 애초에 컬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촬영해야 하므로 흑백으로 변환한 디지털 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니콘 FM2에 흑백필름을 감고 파리에서 로마로 넘어갔다. 이것은 조금 어두운 시선에 관한 기록이다. 파리 북쪽의 생투앙(Saint-Ouen) 벼룩시장. 파리에는 3개의 큰 벼룩시장이 있는데 남부의 방브, 동부 몽트뢰유, 그리고 이곳이다. 영화 와 의 배경으로 나와 로컬뿐만 아니라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생투앙 벼룩시장은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큰 시장으로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있더라. 사진을 좋아하는 나는 예쁜 엽서를 몇 장 사 왔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라데팡..
에펠탑 이야기 "남자를 알려면 그가 착용한 액세서리를 눈여겨 봐야 하며, 그중에서도 벨트는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준다." 어느 잡지에서 본 글이다. 더불어 본문에는 고가의 명품벨트를 활용한 상황별 맞춤 코디법을 제안하며 신뢰를 높였다. 취준생 시절, 유럽배낭 여행을 떠났던 난 셀카를 찍다가도 카메라를 훔쳐간다는 도시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기에 지폐를 넣을 수 있는 지갑형 나일론 벨트를 준비해 갔다. 벨트가 남자의 가치를 말하는 거라면, 내 가치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제로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엔 그곳은 소문처럼 확실히 무법천지는 아니었다.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커다란 흑인들이 "원유로 원유로"라고 말하며, 손에 들고 있는 에펠탑 열쇠고리를 권유할 뿐이었다. 오히려 이들은 다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