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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여행/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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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하츠코이>, 그리고 삿포로의 겨울 나는 사계절 중 ‘완벽히’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특히 펑펑 내리는 눈은 다른 계절과 비교할 수 없는 겨울의 정수이자 내가 이 계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 여기에 쌀쌀맞고 미적지근한 감성은 가히 겨울의 맛이라 부를 수 있다. 지난겨울에는 넷플릭스 일드 에서 이 맛깔스러움을 찾을 수 있었다. 드라마의 메인 배경은 홋카이도 일대인데, 당연히 드리마를 보는 내내 몇 년 전 친구들과 함께한 홋카이도의 겨울 풍경이 생각났다. 이미 지난주 입춘은 찾아왔고 눈은 몇 번의 계절이 지나야 볼 수 있지만, 언젠가 다시 찾아올 그 겨울의 눈을 기다려 보며. SONY A7R iii IPHONE XS
나고야 히츠마부시 맛집 - 마루야혼텐 메이테츠점 후기 작년 연말 연휴에 급으로 2박 3일 찍고 온 나고야. 우리나라로 치면 약간 대전과 대구 어디쯤 포지션인 곳인데, 공업으로 부흥한 지역 대도시지만 볼거리는 별로 없는... 딱히 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는 편임에도, 정말로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맛집 리스트 정도만 검색했었다. (그런데 한국에 도착하자 이종석&아이유 커플도 나고야를 방문했다는 기사를 봤다. 저기서 뭘 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나고야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고급리조트에 갔구나...) 아무튼 나고야에서 유명하다는 히츠마부시를 꼭 먹어야겠다고 여행 내내 생각했고, 여행 둘째 날에 아츠타 호라이켄을 방문했지만, 브레이크 타임에도 엄청난 웨이팅이 있어 바로 포기해 버렸다. 그렇게 히츠마부시도 못 먹고 돌아가는 줄 알았지만, 나고야역 마..
홋카이도 여행 - 여기가 눈의 세상이야 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 밤을 기억해본다. 그날 역시 나와 친구들은 지루한 일상과 잡히지 않는 꿈, 그 사이의 짠내나는 휴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한 번도 해외여행 경험이 없던 친구 B가 “이번 겨울에 눈 구경도 제대로 못 했는데, 눈 많이 내리는 데가 어디냐”라고 물었다. 문득 홋카이도가 나의 뇌리를 스쳤다. 천천히 그러나 여과 없이 쏟아지는 하얀 눈, 깊은 산속까지 침투한 얼어붙은 시간과 적막하지만 낭만적인 눈의 도시. 제법 괜찮은 이미지들이 연달아 이어졌다. 그 후의 일은 너무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우리는 그날 가장 저렴한 삿포로행 티켓(물론 서로의 회사 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을 찾았고, 며칠 뒤 3개월 할부로 결제까지 마쳤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그리고 한 달 뒤, ..
유황 냄새가 이토록 좋아질 수 있다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노천탕에 몸을 맡기는 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머릿속의 모든 잡념도 함께 증발할 것만 같았다. 특히, 요즘처럼 쌀쌀해지는 계절이라면 더욱. *지난가을에 여행했습니다. 온천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마을 어느 때보다 바쁘고 더웠던 여름이었다.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함을 넘어 절박함이 될 즈음, 덜컥 가을의 오이타 왕복 티켓을 결제했다. 우리가 온천으로 유명한 이 작은 고장으로 떠나게 된 이유는 순전히 서울~부산 왕복 KTX 푯값보다 저렴한 특가 항공권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꽃양은 온천의 고장, 온양 출신이다. 그녀가 말하길 "유년시절, 주말마다 의무적으로 다녔던 동네 목욕탕마저 온천수가 펄펄 끓고 노천탕이 있었노라"라고 했다. 이런 그녀도 '겨우 온천을 즐기러..
오키나와 여행기 2 - 따뜻한 섬을 거닐다 때론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여행도 있다. 오키나와의 투명한 바다와 포근한 햇볕을 맞이하기 위해선 배낭에 여벌 옷 몇 장이면 충분하다. 특히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을 거닐 때면 여유로움은 배가 된다. 태풍은 밀어내고 바람을 흘려보내는 아늑한 신들의 섬에선 몸은 가벼워지고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신성하지만 느긋한 신들의 섬 구다카지마(久高島)는 오키나와 본섬 남동부 치넨반도 동쪽으로 약 5km에 위치한 둘레 7.75km의 작은 섬이다. 섬을 가기 위해서는 난조시 아자마항에서 페리를 타고 15~25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이섬의 주민은 약 170명으로 우리나라의 여느 섬마을처럼 조용하고 한적하다. 구다카지마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은 선착장 주변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섬 일주를 한다. 자전..
오키나와 여행기 1 - 류큐 왕국의 발자취를 찾아서 오키나와는 1429년 쇼하시가 삼산을 통일한 이후 약 450년간 류큐 왕국으로 불리며, 1879년 일본 영토의 오키나와현으로 편입되기 전까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동아시아의 해상로라는 지리적 위치와 전쟁 후 미국문화까지 혼합된 오키나와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역사를 갖게 됐다. 그러나 굴곡진 사연 속에서도 오키나와 사람들은 고유의 명맥을 이어오며 섬 곳곳에 자신들만의 색깔을 입혀 놓았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기자기한 카페가 즐비한 현재의 오키나와 속에서도 여전히 류큐 왕국의 향기가 남아있다. 영화로운 류큐 왕국의 상징 류큐 왕국의 모든 정책과 행정은 궁궐인 슈리성에서 이뤄졌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이 성은 오키나와 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유적지 중 하나이며, 나하국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