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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여행/일본

오키나와 여행기 2 - 따뜻한 섬을 거닐다

때론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여행도 있다. 오키나와의 투명한 바다와 포근한 햇볕을 맞이하기 위해선 배낭에 여벌 옷 몇 장이면 충분하다. 특히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을 거닐 때면 여유로움은 배가 된다. 태풍은 밀어내고 바람을 흘려보내는 아늑한 신들의 섬에선 몸은 가벼워지고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신성하지만 느긋한 신들의 섬

구다카지마(久高島)는 오키나와 본섬 남동부 치넨반도 동쪽으로 약 5km에 위치한 둘레 7.75km의 작은 섬이다. 섬을 가기 위해서는 난조시 아자마항에서 페리를 타고 15~25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이섬의 주민은 약 170명으로 우리나라의 여느 섬마을처럼 조용하고 한적하다. 구다카지마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은 선착장 주변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섬 일주를 한다. 자전거로 어촌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남짓, 물론 한가로이 거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섬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오키나와 인들에게 구다카지마는 ‘신들의 섬’으로 여겨진다. 이곳 오키나와의 선조 '아마미키요'가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는 류큐 왕국의 창조 신화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역대 류큐의 국왕들도 구다카지마에서 참배를 했다고 한다. 섬에는 12년에 1번 오년(午年)에만 열리는 ‘이자이호’ 등 신비한 제사 풍습이 그대로 남아있어 민족사적으로 중요한 섬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전히 섬 곳곳에 민간인의 출입을 금하는 신성한 장소가 남아있으니 여행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또 구다카지마에는 영적인 힘이 강한 '파워 스팟'이 많다. 일본 내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파워 스팟에서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찾는 것이라 보면 될 정도다. 그 때문인지 어떤 숲은 햇빛이 강하게 내리비치는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신성한 성역을 지키기 위해 도로를 포장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마을은 자전거를 빌려 가볍게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작은 해변과 마을을 돌고 선착장 주변의 로컬 식당에서 오키나와 특산음식을 즐기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최고 성지

우타키는 류큐의 성역으로 오키나와 내에 총 7곳이 있다. 이 중에서도 세이화우타키는 가장 신성한 장소로 류큐 시대 최고의 여성 제사장인 기코에오키미(聞得大君) 취임 의식이 행해졌던 곳이다. 그 상징성을 인정받아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세이화우타키로 향하는 깊은 숲속은 마치 밀림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울창한 숲에서 나오는 공기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비로운 기분을 들게 해준다. 이곳 역시 일본 내에서 손에 꼽히는 파워 스팟이다. 우타키의 영적인 기운을 느끼기 위해서 본토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다.

이곳은 금남의 장소로 먼 옛날 제사를 지낼 때에도 국왕을 비롯한 모든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들어와야만 했다. 또한 국가적 제사가 있을 때는 ‘신의 섬’ 구다카지마에서 운반한 하얀 모래를 우타키 전체에 깔았다고 한다.

큰방이라는 뜻의 우후구이와 부엌을 의미하는 유인치를 지나면, 두 개의 거대한 종유석 사이에 생긴 산구이(三庫理)가 나온다. 삼각형의 바위틈을 지나면 제사를 지냈던 참배소가 나오며 동쪽으로는 구다카지마를 전망할 수 있다. 또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꽃인 예쁜 히비스커스도 볼 수 있다!

 

 

오키나와 식도락 기행

일본 본토와 기후 및 환경이 다른 오키나와는 특유의 음식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현 전체가 섬이기 때문에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으며, 전쟁 후 미국 통치 이후에 서양식 요리도 널리 퍼져 일본 내에서 스테이크와 햄버거 등이 가장 유명하기도 하다. 특히 오키나와는 노인들이 장수하고 건강하기로 유명한데, 자외선이 강한 오키나와에서 난 작물로 만든 음식은 노화 방지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오키나와 소바

오키나와 사람들의 ‘소울푸드’인 오키나와 소바는 본토와는 다르게 메밀이 아닌 밀가루로 만든 면을 사용한다. 돼지 뼈와 다시마 등으로 우려낸 국물에 면을 넣고 삼겹살·족발·수육·해초 등의 토핑을 올린다. 100% 밀면과 뜨거운 국물로 만들기 때문에 본토의 우동과 비슷하다.

 

찬푸루

야채와 두부를 볶은 요리로 고야(여주), 두부, 계란, 돼지고기 등이 주요 재료다. ‘찬푸루’는 오키나와 방언으로 ‘뒤섞여 한데 합한 것’을 의미하며 오키나와 요리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쓴맛이 강한 편으로 여주에 익숙하지 않다면 불편할 수 있다.

 

이라부

훈제한 바다뱀을 말린 요리로 고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예로부터 고급 약재 및 보양식으로 많이 사용됐다. 보통 약재로 끓인 탕에 다시마 등의 해조류를 넣어서 국물 요리로 먹는다. 식감은 의외로 닭고기와 비슷하다.

 

스테이크

어쩌면, 진정한 오키나와의 소울푸드는 스테이크일지도 모르겠다. 미국 통치 이후, 고향의 음식이 고픈 미군들을 위해 삼삼오오 생겨난 것이 지금은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술을 진탕 마신 후, 새벽에 스테이크로 해장을 하며 집으로 귀가한다고.

 

사타안다기

오키나와 특산품인 사탕수수를 이용한 음식. 설탕을 넣은 반죽을 동그랗게 튀겨 먹는 간식으로 서양의 도넛과 비슷하다. 오키나와의 주요 관광지에서는 고구마, 치즈, 요거트 등을 함께 넣어 다양한 맛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