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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여행/국내

경비행기 체험 - 저 구름과 눈높이를 맞춰

하늘을 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누구나 자유롭게 날아보는 상상을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옥상으로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는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눈을 돌려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비행기의 엔진과 날개를 빌리면 누구나 날아오를 수 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날 시간도 여력도 없다면? 다시 천천히 눈을 돌려보자. 이번엔 조금 더 크게 뜨고. 마침내 당신 앞에 작지만 늠름한 ‘경비행기’가 보일 것이다.

 

경비행기란?

경비행기의 영어명은 ‘Light Aircraft’로 말그대로  작은 항공기를 뜻한다. 경비행기는 기체 크기가 작고 연료탱크 역시 작아 주로 단거리 비행 용도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주로 농작, 레저, 행사를 위해 활용되지만, 땅이 넓고 오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국내에서 경비행기를 조종하려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경량 및 초경량’ 자격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응시자격은 17세 이상으로 20시간의 비행을 연수해야 하며, 반드시 전문교육기관에서 해당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생각보다 문턱은 높지 않아 일반적으로 반년 정도의 교육을 이수한 후, 실기시험에 합격하면 단독 비행을 할 수 있다고.

경비행기 조종을 위해서는 위와 같은 정식 라이센스가 필요하지만, 탑승 체험은 어렵지 않다. 비행 전 안전교육만 마치면 누구나 올라탈 수 있기 떄문이다. 또한 산소가 부족할 정도의 높은 고도를 오르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장비도 필요없다. 단 비행의 추억을 기록할만한 촬영 장비는 챙기도록 하자.

경비행기가 뜨기 위해서는 날씨가 아주 중요하다. 지상에서는 평온해 보이는 하늘도 높은 고도에서는 기류가 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사전 점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비행 전에는 관할 관제소에 허가를 받고 지시를 이행해야 한다.

 

 

화성 하늘누리항공

경비행기 체험은 광활한 대자연을 감상하는 액티비티로 이미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인 레포츠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경비행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중 화성에 위치한 하늘누리항공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경비행기 체험 업체로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한 경량항공기 교육기관이다. 

비행장은 화성의 한적한 평야에 자리 잡고 있었다. 넓은 밭과 농장들 사이로 커다란 격납고가 보이더니 몇 대의 경비행기와 이를 점검중인 엔지니어가 보였다. 

경비행기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지만, 항공법에 따르면 경량항공기(자체 중량 115kg 이상, 최대 이륙중량 600kg, 2개 이하 좌석 보유)를 의미하며 4~6개 좌석을 보유한 소형 항공기까지 경비행기 범주에 넣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경비행기라는 이름과 달리 생각보다 크고 무겁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제법 묵직한 느낌이 든다.

경비행기 체험은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액티비티이기 때문에 사전 예약은 필수다. 또한 현장에서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뜰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다행히 이날은 문제없이 비행 허가를 받았다. 복장도 딱히 중요하지 않다. 아주 높은 고도까지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호흡과 공기저항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엔진 소리 때문에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의 대화도 어려워 무전기가 달린 통신기를 머리에 써야 한다.

교육장에서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은 후, 탑승을 위해 비행기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 워낙 크기가 작아 “정말 이 작은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하늘을 날아볼 생각에 기대감이 커졌다. 파일럿인 교관님을 따라 조종석 옆의 좁은 좌석에 앉았다. 곧 캐노피가 내려오고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프로펠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활주로를 따라 경비행기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속도를 높여 땅을 벗어나 하늘로 날아올랐다.

꿈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높이가 바뀌면서 찾아오는 중력을 잠시 견뎌내면 된다. 하지만 덩치가 작은 비행기라 그런지 이륙하는 순간은 조금 겁이 났다. 어린시절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의 기분이랄까. 다행스럽게도 이 두려움은 고도를 높이는 시간, 즉 15초 정도면 끝이 난다. 

이후로는 편안하게 비행을 즐기면 된다. 하늘에서 수평을 맞춰 떠 있는 동안은 마치 잘 닦인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를 탄 것처럼 안정적이다. 마음이 안정되고 난 후에야 바깥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발아래 끝없이 펼쳐진 땅과 눈높이만큼의 하늘은 장관이었다. 하늘과 가까워질수록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정도로. 간혹 바람이라도 불면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하늘누리항공에서는 서해안, 시화, 대부도, 제부도 등까지 비행할 수 있다. 서해까지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교관님이 "조금 지루하신 것 같은데 재미있게 해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으로 오케이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경비행기가 방향을 틀어 롤러코스터처럼 하늘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이어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작은 경비행기가 추락하듯 빠르게 고도를 변경한다.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엄청난 중력에 몸이 떠 있는듯한 느낌이 들고, 나도 모르게 "으어어어!!"하며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꽉 찬 공기의 무게를 견디며 내려다보이는 풍경과 바람의 촉감은 너무나 기분 좋았다. 스릴 넘치는 자유비행 뒤에 다시 안정을 되찾은 경비행기는 처음 이륙했던 자리로 돌아갔다. 이어서 천천히 고도를 낮춘 경비행기는 편안하게 지상으로 내려왔다. 

조금 전까지 하늘을 날았기 때문이었을까. 안전하게 착륙한 후 경비행기가 완전히 멈춰선 뒤에도 나는 좀처럼 몸을 땔 수가 없었다. 지상에 내려와서도 몸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았던 때를 기억하는 것 같았다. 엔진이 꺼지고 프로펠러가 회전을 멈춘 뒤에야 몸을 일으켜 활주로를 빠져나왔다.

하늘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지금까지 내가 알던 세상과는 조금 달랐다. 이 아름다운 봄날, 경비행기를 타고 특별한 기분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답답한 일상을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