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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여행/국내

성북구 의릉 - 한여름의 산책

장마가 잠시 숨을 고르던 주말, 오늘은 뭘하지 뒹굴거리다 의릉을 가기로 했다. 딱히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단 집에서 엄청나게 가깝지만, 아직 가본 적이 없어서라는 일종의 의무감 때문이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정류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3분만 걸어 들어가면 의릉이다.

성북구 석관동에 있는 의릉은 조선 20대 경종과 두 번째 왕비 선의왕후 어씨의 능이다. 하늘이 숨긴 명단 처장산 아래 자리한 이곳은 주변 한예종과 외대, 경희대 등 대학들과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도 차분한 여유를 지니고 있다. 

의릉의 입장료는 단돈 천 원. 관람객의 입장에서 부담이 없어 좋지만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명소인데 조금 더 비싸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성북구와 동대문구 주민은 반값 할인이 적용된다고. 

이곳의 주인 경종은 1720년 즉위했지만 몸이 병약하여 37세인 1724년 창경궁에서 승하했다. 선의왕후는 영조 6년인 1730년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입구의 금천교를 지나 홍살문은 지나면 정자각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왼쪽의 넓은 길은 조상신의 다니는 신성한 곳이므로 밟지 말도록 하자. 이곳에서는 매년 10월에 선왕과 왕비가 승하한 날을 기리는 기신제가 열린다고 한다.

정자각 뒤로는 왕후릉이 있고 그 뒤에 왕릉이 있다. 의릉은 같은 언덕에 왕과 왕비의 봉분이 앞뒤로 나란히 배치한 동원상하릉의 형식이다.

이런 특이한 구조는 능혈의 폭이 좁아 왕성한 생기가 흐르는 정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풍수지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능 양옆으로는 천장산 산책로가 길게 있어 산책하기 정말 좋다. 하지만 너무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오래 둘러보지는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늘 궁금했던 의릉, 오히려 너무 가까워서 그 소중함을 몰랐던 것 같다. 앞으로도 소나무 향이 그리워질 때면 종종 이곳을 찾아야지.

*사진은 아이폰 XS로 찍었습니다.